내 소중한 SSD는 왜 항상 빨간색인가: TreeSize Free로 ‘공간 도둑’을 추적하며 겪은 삽질의 기록
1. 윈도우 탐색기와의 지루한 싸움, 그리고 첫 번째 한계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화면이 IDE의 에러 메시지라면 그날 하루는 이미 예고된 고난의 시작이다. ‘Disk space is low.’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분명 어제 불필요한 파일들을 좀 지웠던 것 같은데, 대체 내 256GB SSD는 어디로 다 증발해 버린 걸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누구나 그렇듯 윈도우 탐색기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첫 번째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윈도우 탐색기는 파일 용량은 친절하게 보여주면서, 왜 폴더 용량은 ‘크기’ 탭에 표시해주지 않는 걸까? 일일이 폴더마다 우클릭해서 ‘속성’을 누르고 용량이 계산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심 테스트다. ‘이 폴더인가? 아니네. 그럼 저 폴더인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결국, 나는 이 원시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대용량 동영상 파일이나 설치 파일은 몇 개 없는데, 전체 용량은 꽉 차 있는 이 기괴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도구가 필요했다.
2. 첫 번째 시행착오: 기술적 자만심이 부른 PowerShell의 비극
나름 개발자랍시고 서드파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이 정도는 스크립트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윈도우 PowerShell을 열었다. 구글링을 통해 Get-ChildItem 명령어를 활용해 하위 폴더의 크기를 계산하고 정렬해주는 복잡한 한 줄짜리 명령어를 찾아냈다.
처음에는 스스로가 꽤 스마트해 보였다. 하지만 엔터를 누르는 순간, 현실은 냉혹했다. 수십만 개의 파일이 들어있는 시스템 드라이브를 스캔하기 시작하자 PowerShell 창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10분이 지나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CPU 팬은 비명을 지르며 돌아갔다. 겨우 나온 결과물도 가독성이 엉망이었다. 텍스트로 나열된 용량 수치들은 직관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권한 문제로 접근이 거부된 폴더들이 수두룩해서, 전체 용량 합계가 실제 디스크 사용량과 전혀 맞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스크립트를 짜고 디버깅하는 시간에 이미 유틸리티 하나를 깔아서 해결했으면 벌써 업무에 복귀했을 시간이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 보려던 시도는 완벽한 시간 낭비로 끝났다.
3. 두 번째 시행착오: 잘못된 도구 선택과 ‘클리너’의 배신
PowerShell의 실패 이후, 나는 유명하다는 ‘PC 최적화’ 혹은 ‘디스크 클리너’ 류의 프로그램을 하나 내려받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불필요한 파일을 지워준다는 광고에 혹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 프로그램은 브라우저 캐시, 휴지통, 임시 인터넷 파일 같은 자잘한 파일들만 지워줄 뿐이었다. 2GB 정도가 확보되긴 했지만, 내가 찾고 있던 50GB짜리 ‘거대 괴물’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즐겨찾기 해두었던 웹사이트의 자동 로그인 세션까지 날아가 버려 다시 로그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답답했던 건 ‘어디에서 용량이 낭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단순히 지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 저장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 싶었다. 어떤 프로젝트 폴더가 비대해졌는지, 혹은 어떤 라이브러리의 캐시가 쌓여 있는지를 알아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자동화 툴에 의존하려던 선택은 오히려 작업 환경만 더 번거롭게 만들고 실패로 돌아갔다.
4. TreeSize Free를 만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
몇 번의 삽질 끝에 도달한 곳이 바로 TreeSize Free였다. 설치하고 실행하자마자 ‘왜 진작 이걸 안 썼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UI는 매우 익숙한 탐색기 스타일이었지만, 그 뒤에 깔린 ‘그라데이션 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가는 시각적 직관성에 있다. 스캔 속도는 PowerShell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고, 무엇보다 각 폴더의 점유율을 색깔로 구분해주는 게 너무 편했다. 상위 폴더가 빨간색이면 그 아래 어디에선가 큰 용량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범인은 내가 평소에 잘 보지도 않던 AppData/Local 폴더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예전에 설치했다가 지운 줄 알았던 프로그램의 잔여 로그 파일과, 도커(Docker) 가상 이미지 파일들이 수십 기가바이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윈도우 탐색기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었던 ‘숨겨진 공간 도둑’들이 TreeSize의 필터와 상세 보기 기능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지막으로 접근한 날짜나 소유자 정보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이 파일을 지워도 될지 말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5. 다른 도구들과의 비교: 무조건적인 추천은 없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도구는 없다. TreeSize Free를 쓰면서 다른 유명한 도구들(WinDirStat, WizTree 등)도 잠시 고려해봤다.
예를 들어 WinDirStat은 시각화 방식이 독특해서 예쁘긴 하지만, 스캔 속도가 TreeSize에 비해 현저히 느리고 UI가 너무 올드해서 손이 잘 안 갔다. 반면 WizTree는 MFT(Master File Table)를 직접 읽어들이는 방식이라 속도 면에서는 최강이지만, 가끔 관리자 권한 문제로 네트워크 드라이브 스캔이 까다롭거나 기능이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TreeSize Free는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균형 잡힌 도구라고 생각한다.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아주 세밀하게(파일 단위까지) 파헤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무료 버전의 한계도 분명하다. 윈도우 서버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엑셀로 결과를 내보내거나 하는 고급 기능은 유료 버전을 사야만 한다. 단순히 개인 PC의 용량을 정리하는 용도로는 차고 넘치지만, 업무용 대규모 스토리지 관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6. 여전히 남은 문제들: 도구는 거들 뿐
결국 TreeSize 덕분에 60GB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떤 파일들은 TreeSize로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서 사용 중’이라거나 권한 설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우는 데 또 다른 삽질을 요구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무엇’이 용량을 차지하는지는 알려주지만, 그것을 ‘왜’ 지우면 안 되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중요한 라이브러리 캐시를 용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지웠다가 프로젝트 전체가 깨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TreeSize Free는 내 눈을 대신해 디스크의 구석구석을 비춰주는 강력한 손전등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 빛이 비추는 곳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는 여전히 나의 몫으로 남아 있다. 용량 부족의 공포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것이고, 나는 아마 그때도 이 프로그램을 켜서 빨간색 바를 따라 추격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 혹은 OS의 업데이트 상태에 따라 이 도구가 무용지물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내 작업 효율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아군임은 분명하다.

AppData 폴더에 이런 파일들이 있었다니, 정말 충격이네요. 저도 가끔 숨겨진 파일 때문에 당황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감됩니다.
저도 AppData/Local 폴더 때문에 며칠 밤을 새웠었어요. 라이브러리 캐시 지우려다 망치기도 했거든요.
맞아요, 탐색기 폴더 용량 표시가 없는 건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PowerShell로 해결하려고 했던 거, 시간 낭비였던 것 같아요.
WizTree 속도가 빠른 건 인정인데, 자동 로그인 세션 날아가는 문제 때문에 걱정되네요. 혹시 백업을 꾸준히 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