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장의 사진더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ACDSee Free 정착기

윈도우 기본 뷰어의 한계와 짜증의 시작

업무 특성상 하루에도 수백 장, 많게는 수천 장의 사진을 훑어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윈도우 기본 뷰어를 썼어요. 별생각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외근을 다녀와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려고 폴더를 여는 순간부터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고해상도 사진이 수백 장 깔려 있으니, 사진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 ‘뱅글뱅글’ 도는 로딩 표시를 봐야 했습니다.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려면 1~2초를 기다려야 하고, 가끔은 프로그램 자체가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했죠.

단순히 사진을 보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파일 형식은 또 왜 그렇게 가리는 게 많은지, RAW 파일이라도 섞여 있으면 아예 미리보기도 안 뜨는 경우가 허다했거든요. 결국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업무 효율을 위해서라도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제가 얼마나 많은 삽질을 하게 될지 몰랐습니다.

첫 번째 삽질: 코덱 설치와 탐색기 최적화의 함정

가장 먼저 시도한 건 프로그램을 새로 깔기보다는 ‘시스템을 고쳐보자’는 접근이었습니다. 윈도우 탐색기에서 RAW 파일 미리보기가 안 되는 게 문제라면, RAW 코덱을 설치하면 해결될 줄 알았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RAW Image Extension을 다운로드하고, 카메라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코덱까지 덕지덕지 깔았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처음 몇 분은 잘 되는 것 같더니, 탐색기가 사진 정보를 읽어오느라 CPU 점유율이 90%까지 치솟더군요. 컴퓨터 팬 소리는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처럼 커지고, 정작 사진을 더블 클릭하면 열리는 속도는 코덱 설치 전보다 더 느려졌습니다. 심지어 특정 폴더에 들어가면 탐색기가 아예 강제 종료되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해서 해결하려 했던 제 판단이 완전히 빗나간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깔았던 코덱들을 하나하나 다 지우느라 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역시 근본적인 뷰어 소프트웨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더군요.

두 번째 삽질: 무거운 전문 툴이 정답인 줄 알았던 착각

코덱 사건 이후, 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어차피 사진 정리할 거면 제대로 된 걸 쓰자 싶어서 어도비 라이트룸(Lightroom)을 켰죠. 사진가들이 쓰는 거니까 당연히 빠르고 좋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라이트룸은 사진을 ‘임포트(Import)’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나는 그냥 폴더에 있는 사진을 슥슥 넘겨보면서 쓸모없는 걸 지우고 싶은 뿐인데, 그 수천 장을 카탈로그에 등록하는 시간만 한참 걸렸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죠. 편집 기능은 훌륭했지만, 단순한 뷰잉과 정리를 원하는 저에게는 너무 무겁고 복잡했습니다. 인터페이스는 화려했지만 직관적이지 않았고, 메모리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다른 업무용 메신저나 브라우저를 띄워놓기도 버거웠습니다. ‘아, 나는 대단한 보정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빠르게 보고 싶을 뿐인데’라는 현타가 왔습니다. 결국 라이트룸도 제 업무 흐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삭제했습니다.

타협점으로 만난 ACDSee Free, 첫인상은?

그렇게 방황하다가 옛날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게 ACDSee였습니다. 예전엔 유료 버전만 있었던 것 같은데, 무료 버전인 ‘ACDSee Free’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무료니까 기능이 빠져있겠지’, ‘광고나 엄청 뜨겠지’ 하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설치하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건 ‘가볍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페이스가 요즘 나오는 세련된 앱들처럼 화려하진 않아요. 약간은 윈도우 XP 시절 감성이 묻어나는 투박함이 있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버튼만 있고, 무엇보다 사진을 더블 클릭하는 순간 뜨는 속도가 경이로웠습니다. 윈도우 기본 뷰어에서 겪었던 그 지긋지긋한 로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키보드 방향키로 사진을 넘기는데, 마치 종이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매끄럽게 넘어가는 걸 보고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화려한 기능보다는 본연의 속도에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실전 활용과 의외의 복병

본격적으로 업무에 써보니 장점이 더 잘 보였습니다. 특히 RAW 파일 지원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카메라에서 바로 뽑은 원본 파일들을 코덱 오류 걱정 없이 바로바로 띄워주니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선택해서 회전시키거나 이름을 바꾸는 기능도 직관적이라서, 폴더 정리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디자인 시안을 검토할 때 확대 기능을 자주 쓰는데, 마우스 휠로 조절하는 감도가 꽤나 세밀해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아차’ 싶은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사진을 좀 만져볼까 싶어서 편집 메뉴를 눌렀는데, 실제 사용하려면 유료 버전인 Photo Studio를 사라는 팝업이 뜨더군요. ‘Free’라는 이름답게 정말 뷰어 기능에만 충실했던 겁니다. 간단한 밝기 조절이나 자르기 정도는 기본으로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결국 가벼움을 얻은 대신 편집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였죠. 그래도 프린트 기능은 의외로 강력해서, 여러 장을 한 장에 모아 찍거나 캡션을 넣어서 뽑을 때는 아주 유용했습니다.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제 원래 목적이었던 ‘빠른 확인과 정리’에는 이만한 게 없었습니다.

결국 완벽한 도구는 없다는 결론

몇 주간 ACDSee Free를 쓰면서 느낀 건, 도구는 목적에 맞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였습니다. 꿀뷰(Honeyview) 같은 다른 국산 뷰어도 써봤지만, RAW 파일을 다루는 신뢰도나 폴더 이동의 편리함 측면에서는 ACDSee가 저에게 조금 더 맞았습니다. 반면, 정말 가벼운 사진 몇 장만 보는 용도라면 꿀뷰가 더 나을 수도 있고, 보정이 주 목적이라면 당연히 유료 툴로 가야겠죠.

지금도 저는 ACDSee Free로 사진을 빠르게 훑고 정리한 다음, 보정이 필요한 사진만 골라서 별도의 편집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한 번에 다 해결하려던 욕심을 버리니 오히려 업무가 매끄러워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창이 뜰 때마다 조금 거슬리기도 하고, 인터페이스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완전히 모든 고민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진 파일 열 때마다 느끼던 그 깊은 빡침(?)에서는 해방되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정답은 다르겠지만, 일단 저처럼 ‘로딩 속도’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이라면 투박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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