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의 어미 문제는 습니다체가 아니다, 문장 4589개를 끝에서부터 세어 보면
AI가 쓴 글을 고칠 때 문체부터 손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습니다체가 딱딱하다거나 문장이 다 비슷하게 끝난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한국어 설명문은 원래 대부분의 문장이 ‘다’로 끝나므로, 어미 자체를 문제로 삼으면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장 끝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AI가 초안을 쓴 글 68편의 문장 4,589개를 끝에서부터 세어 봤습니다. 반복되는 것은 어미가 아니라 그 앞이었습니다.
어미만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먼저 문장 끝 세 글자만 세어 봤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 어미 | 횟수 | 비중 | 등장한 글 |
|---|---|---|---|
| ~습니다 | 1,874 | 40.8% | 68편 전부 |
| ~합니다 | 1,090 | 23.7% | 68편 전부 |
| ~입니다 | 799 | 17.4% | 68편 전부 |
| ~됩니다 | 245 | 5.3% | 66편 |
| ~집니다 | 142 | 3.1% | 54편 |

상위 세 개가 전체의 81.9%이고, 다섯 개까지 보면 90.3%입니다. 숫자만 보면 심각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결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습니다’를 줄이라는 말은 존댓말을 쓰지 말라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어미가 50종이나 나왔지만, 나머지 45종을 아무리 늘려도 상위 세 개의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어 설명문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즉 이 측정은 문제를 찾지 못한 측정입니다. 그래서 범위를 한 칸 넓혔습니다.
범위를 어절 단위로 넓히자 드러난 것
이번에는 문장의 마지막 두 어절을 통째로 세었습니다. 띄어쓰기를 기준으로 끝에서 두 덩어리를 묶은 것입니다.
| 문장 끝 | 횟수 | 비중 | 등장한 글 |
|---|---|---|---|
| 수 있습니다 | 682 | 14.9% | 68편 중 66편 |
| 확인해야 합니다 | 139 | 3.0% | 50편 |
| 것이 좋습니다 | 61 | 1.3% | 36편 |
| 편이 안전합니다 | 46 | 1.0% | 36편 |
| 안 됩니다 | 41 | 0.9% | 30편 |
| 것은 아닙니다 | 39 | 0.8% | 28편 |
| 있기 때문입니다 | 32 | 0.7% | 28편 |
| 봐야 합니다 | 32 | 0.7% | 27편 |

서로 다른 형태가 2,601종 나왔는데, 상위 10종이 전체의 24.6%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1위와 2위의 격차가 다섯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수 있습니다’가 일곱 문장에 한 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 있습니다입니다. 4,589개 문장 중 682개, 일곱 문장에 한 번꼴로 이 표현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68편 중 66편에 들어 있습니다. 특정 주제의 글에 몰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글에 반복됩니다.
한 칸 더 넓혀 마지막 세 어절을 보면 형태가 더 분명해집니다.
않을 수 있습니다 28
달라질 수 있습니다 28
사용할 수 있습니다 26
줄일 수 있습니다 26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
생길 수 있습니다 16
앞의 동사만 바뀔 뿐 골격이 완전히 같습니다. 읽는 사람은 ‘수 있습니다’라는 낱말을 세지 않지만, 문장이 끝나는 방식이 계속 같다는 것은 느낍니다. 앞에서 본 어미 통계가 잡아내지 못한 것이 이것입니다.
왜 이 표현으로 수렴하는가
수 있습니다는 가능성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단정하지 않고 여지를 남깁니다. 그래서 틀릴 위험이 가장 적은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이 방법이 빠릅니다”는 반박당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이 빠를 수 있습니다”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대목마다 이 표현을 고르면 문장은 안전해지지만 글 전체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일곱 문장에 한 번씩 여지를 남기면, 읽는 사람은 결국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2위인 확인해야 합니다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이쪽은 반대로 강한 권유처럼 보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확인하라는 내용이 빠진 채로 쓰이면 결과는 같습니다. 50편에 걸쳐 139번 나왔다는 것은 결론을 내리는 대신 확인을 미루는 문장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이 둘을 합치면 상위 두 형태가 ‘단정을 피하는 마무리’라는 한 부류로 묶입니다. 문체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입니다.
3위 아래에서 보이는 다른 패턴
1위와 2위만 보면 ‘단정을 피한다’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3위부터는 성격이 다른 것이 보입니다.
| 문장 끝 | 횟수 | 등장한 글 |
|---|---|---|
| 것이 좋습니다 | 61 | 36편 |
| 편이 안전합니다 | 46 | 36편 |
| 편이 낫습니다 | 30 | 23편 |
| 편이 좋습니다 | 18 | 18편 |
| 것이 안전합니다 | 15 | 15편 |
다섯 개가 사실상 같은 말입니다. ‘것이’와 ‘편이’를 바꾸고 ‘좋습니다’와 ‘안전합니다’, ‘낫습니다’를 바꿔 끼운 것뿐입니다. 다 합치면 170회로, 2위인 확인해야 합니다보다 많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표현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는 반복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낱말은 달라도 문장이 하는 일이 같으면 읽는 느낌은 그대로입니다. 순위표에서는 흩어져 보이니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묶어 보면 하나의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세는 단위를 정할 때 낱말이 아니라 문장이 맡은 역할로 묶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위의 다섯 개는 전부 ‘권유’입니다. 권유가 170번 나온다면 그것이 실제 수치입니다.
2,601종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 두 어절의 형태가 2,601종이나 나왔습니다. 문장이 4,589개이므로 평균 1.8개 문장마다 새로운 형태가 나온 셈입니다. 이것만 보면 다양합니다.
문제는 분포입니다. 2,601종 중 상위 10종이 24.6%를 가져가고, 1위 하나가 14.9%입니다. 꼬리는 매우 길지만 머리가 무겁습니다. 평균이나 종류 수를 보면 문제가 안 보이고, 상위 몇 개를 보면 바로 보입니다.
글을 점검할 때 “표현이 다양한가”라고 묻지 말고 “가장 많은 것이 몇 번인가”라고 물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직접 세어 보는 방법
도구 없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기에서 찾기 기능을 열고 수 있습니다.를 마침표까지 포함해서 검색하면 됩니다. 마침표를 빼면 문장 중간에 있는 것까지 잡혀서 수치가 부풀려집니다.
기준은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 전체 문장 대비 | 판단 |
|---|---|
| 5% 미만 | 문제없다 |
| 10% 안팎 | 몇 개만 손보면 된다 |
| 15% 이상 | 측정한 글들과 같은 상태다 |
문장 수를 정확히 세기 어렵다면 글자 수를 문장 평균 길이로 나눠 어림하면 됩니다. 한국어 설명문은 문장 하나가 대략 50~60자이므로, 5,000자 글이면 문장이 90개 안팎입니다. 여기서 수 있습니다가 열 번 넘게 나오면 손볼 때가 된 것입니다.
줄이는 방법
전부 없앨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가능성을 말해야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682개 중 상당수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로 바꿀 수 있습니다.
- 단정할 수 있으면 단정합니다. “설정을 바꾸면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에서 실제로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면 “빨라집니다”로 씁니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밝히는 편이 낫습니다.
- 조건을 앞으로 옮깁니다.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신 “캐시가 켜져 있으면 오류가 생깁니다”로 씁니다. 여지를 두는 대신 언제 그런지를 밝히면 정보가 늘어납니다.
- 주어를 사람으로 바꿉니다.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 기능은 관리자만 씁니다”처럼 누가 무엇을 하는지 적으면 표현이 자연히 사라집니다.
순서도 있습니다. 글 전체를 훑지 말고 편집기에서 ‘수 있습니다’를 찾아 몇 개인지부터 셉니다. 문장 수의 15%에 가까우면 앞의 측정과 같은 상태입니다. 그중 절반만 바꿔도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찾아 바꾸기로 일괄 치환하면 안 됩니다. 같은 표현이라도 어떤 것은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을 단정으로 바꾸면 그것은 개선이 아니라 오류입니다.
정리하면
측정에서 얻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문장 끝 세 글자만 보면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상위 세 어미가 82%를 차지하지만 그것은 한국어 설명문의 기본 구조입니다.
둘째, 범위를 어절 단위로 넓히면 특정 형태 하나가 튀어나옵니다. 수 있습니다가 일곱 문장에 한 번, 68편 중 66편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AI 초안을 다듬을 때 문체를 바꾸는 작업은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대신 가장 많이 반복되는 문장 끝 하나를 찾아 그 절반을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같은 시간에 얻는 것이 훨씬 큽니다. 자신의 글에서는 어떤 표현이 1위인지, 세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