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글처럼 보이는 접속 부사, 지우기 전에 확인할 기준
AI가 쓴 초안을 다듬을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 “그러나”, “따라서” 같은 접속 부사입니다. 이런 말이 반복되면 글이 기계적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조건 지우면 논리 관계가 흐려지는 글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접속 부사가 왜 AI 글에서 두드러지는지, 어떤 경우에 남기고 어떤 경우에 빼는 편이 나은지 정리합니다.
AI 글에서 접속 부사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
“그러나”, “따라서”, “또한”, “그러므로”, “한편” 같은 말은 앞뒤 문장의 관계를 알려 주는 접속 부사입니다. 앞뒤가 반대인지, 앞의 내용에서 결론이 나오는지,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지 독자에게 표시합니다.
이 단어들을 썼다고 해서 AI가 작성한 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논문이나 보고서처럼 논리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글에서는 오히려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문장 사이의 관계를 너무 자주, 거의 매번 말로 설명할 때 생깁니다.
사람이 쓴 글에서는 문장 배열이나 내용의 변화만으로 관계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I가 만든 초안에는 문장마다 관계를 설명하는 표지가 붙는 일이 잦습니다. 글의 구조는 깔끔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모든 문장이 비슷한 박자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접속 부사 | 표시하는 관계 | 남길 만한 경우 |
|---|---|---|
| 그러나 · 하지만 | 앞뒤가 반대 | 반전이 문장만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 |
| 따라서 · 그러므로 | 앞 내용에서 결론 | 추론 단계를 명시해야 하는 글 |
| 또한 · 게다가 | 정보 추가 | 나열이 길어 경계가 필요할 때 |
| 한편 | 화제 전환 | 다른 주체나 관점으로 옮길 때 |
문장 사이의 논리를 꼭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읽어보니 그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문장은 아닙니다. ‘그러나’가 앞의 무관심과 뒤의 인상 깊음을 대조하고, ‘며칠 뒤 다시 읽어보니’가 변화의 계기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다음처럼 바꿔도 흐름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읽었다. 이상하게 그 문장이 남았다.
여기에는 대조를 직접 표시하는 말이 없습니다. 대신 문장 내용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고, 나중에는 기억에 남았습니다. 독자는 두 상태의 차이를 보고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추측합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처음 봤다. 별로였다. 두 달 뒤 우리는 매일 만났다.
‘그러나’나 ‘그 후 관계가 달라졌다’ 같은 설명은 없지만, 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는 점은 읽힙니다. 이처럼 모든 논리를 문장 안에서 해설하지 않고 독자가 연결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도 글쓰기의 중요한 기술입니다.
언어모델은 왜 이런 연결어를 반복할까
언어모델은 앞에 나온 문맥을 바탕으로 다음에 올 가능성이 높은 말을 예측하며 문장을 생성합니다. ‘그러나’가 나오면 뒤에는 대조되는 내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뒤에는 결과나 결론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은 앞의 내용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는 신호로 작동합니다.
이런 단어는 다음 문장의 방향을 잡아 주기 때문에 모델이 안정적으로 글을 이어 가는 데 유리합니다. 독자에게도 구조가 분명해집니다. 특히 사용자가 “논리적으로 써 달라”, “매끄럽게 연결해 달라”, “내용을 잘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모델은 문장 간 관계를 더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그 결과 정보의 순서와 논리는 잘 정리되어 있어도, 문장 리듬이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람이 쓴 글에는 짧은 문장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설명 없이 장면이 바뀌거나, 독자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간격이 생깁니다. AI 초안은 이런 빈틈을 불안정한 부분으로 보고 연결어와 설명으로 메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세어 보면 의심 대상이 바뀐다
어떤 접속 부사가 문제인지는 감으로 정하기 쉽습니다. 대개 ‘그러나’와 ‘하지만’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AI가 쓴 초안 66편, 약 31만 자를 대상으로 문장 첫머리에 오는 접속 부사만 실제로 세어 봤습니다. 문장 중간에 들어간 것은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아 제외하고, 마침표 뒤에서 새 문장을 여는 것만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전체 492회가 나왔습니다. 글 한 편에 평균 7.5회, 약 630자마다 한 번씩입니다.
| 표현 | 횟수 | 비중 | 등장한 글 |
|---|---|---|---|
| 다만 | 121 | 25% | 66편 중 55편 |
| 따라서 | 102 | 21% | 66편 중 60편 |
| 특히 | 84 | 17% | 66편 중 54편 |
| 하지만 | 49 | 10% | 41편 |
| 반면 | 47 | 10% | 35편 |
| 또한 | 32 | 7% | 28편 |
| 그러나 | 18 | 4% | 11편 |
| 즉 | 18 | 4% | 15편 |

결과가 예상과 다릅니다. 가장 먼저 의심받는 ‘그러나’는 전체의 4%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반복되는 것은 ‘다만’과 ‘따라서’이고, 이 둘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다만’이 거의 모든 글에 들어간다
더 눈에 띄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퍼진 범위입니다. ‘따라서’는 66편 중 60편에, ‘다만’은 55편에 등장합니다. 특정 주제의 글에 몰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글에 한 번 이상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이 두 단어가 맡는 역할에 있습니다. ‘따라서’는 앞의 설명에서 결론으로 넘어가는 자리를, ‘다만’은 단정한 뒤 예외를 덧붙이는 자리를 채웁니다. 그리고 정보를 설명하는 글은 설명 → 결론 → 단서라는 흐름을 계속 반복합니다. 문단마다 같은 자리가 생기니 같은 단어가 계속 불려 나옵니다.
‘다만’이 특히 잦은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단정을 피하고 조건을 덧붙이도록 학습된 모델일수록 이 자리를 자주 만듭니다. “편리합니다. 다만 …”, “빠릅니다. 다만 …” 같은 형태가 반복되면 글 전체가 확신을 피하는 인상을 줍니다. 어색해 보이는 원인이 접속 부사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붙는 유보에 있는 경우입니다.
세어 본 뒤에 손대는 순서
이 결과가 알려주는 실질적인 순서가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부터 지우지 말고, 많이 쓰인 것부터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 글에서 문장 첫머리의 접속 부사를 전부 찾습니다. 편집기의 찾기 기능으로
. 다만처럼 마침표를 붙여 검색하면 문장 중간의 것과 구분됩니다. - 가장 많이 나온 한두 개를 먼저 봅니다. 대개 ‘다만’과 ‘따라서’입니다.
- 그중 없어도 뜻이 그대로인 것을 지웁니다. 지웠을 때 앞뒤 관계가 흐려진다면 남깁니다.
- ‘다만’이 연달아 나오는 구간은 문장을 지우는 대신 유보 자체를 없앨 수 있는지 봅니다. 조건이 정말 필요한지 다시 따져 보는 것입니다.
글 한 편에 평균 7.5회라면 두세 개만 정리해도 인상이 달라집니다. 전부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상태를 푸는 것이 목표입니다.
AI 초안에서 먼저 점검할 표현
AI 초안을 받은 뒤에는 접속 부사를 무작정 검색해 삭제하기보다, 반복되는 자리를 표시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우선 다음 표현을 찾아보면 됩니다.
- 그러나
- 따라서
- 또한
- 그러므로
- 한편
표시한 뒤 각각의 단어를 지우고 문장을 다시 읽습니다. 삭제해도 앞뒤 관계가 바로 이해된다면 해당 표현은 문장의 필수 요소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 자리에 새로운 접속 부사를 넣기보다 문장을 나누거나 순서를 바꾸는 편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번 써 보니 익숙해졌다”는 문장은 “처음에는 사용하기 어려웠다. 몇 번 써 보니 익숙해졌다”로 바꿔도 의미가 유지됩니다. 반대로 “사용법은 단순하다. 그러나 권한 설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처럼 독자가 두 내용을 명확한 대비로 읽어야 하는 경우에는 ‘그러나’를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판단 기준은 단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삭제했을 때 생기는 손실입니다. 대조가 흐려지거나 인과관계가 오해될 수 있다면 유지해야 합니다. 문단의 전환을 알리는 역할이 꼭 필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삭제보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선택권 되찾기
접속 부사를 줄인다고 해서 글이 자동으로 사람답게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 몇 개를 지운 뒤에도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일정하거나, 모든 문단이 비슷한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면 여전히 AI 초안 같은 인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작업은 초안의 문장마다 “내가 실제로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앞 문장과 뒤 문장을 꼭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하는지, 독자가 알아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접속 부사를 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장을 짧게 나누거나, 구체적인 사례를 앞에 배치하거나, 설명 하나를 통째로 덜어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SNS 글이나 에세이처럼 호흡과 여백이 중요한 글과, 보고서·논문처럼 관계를 명확하게 기록해야 하는 글의 기준은 다릅니다. 접속 부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문장을 고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독자가 오해할 가능성, 글의 장르, 문단의 전환 여부를 함께 봐야 합니다.
AI가 자주 쓰는 표현을 금지 목록으로 만드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작성자가 문장의 정보와 침묵을 직접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를 남길지 뺄지는 작은 편집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에는 독자가 어디까지 스스로 읽어내길 바라는지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