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유목민의 정착기 혹은 표류기: 엣지(Edge)로 갈아타며 겪은 사소하고 짜증 섞인 기록들

역시나 또 램이 문제였다

업무를 하다 보면 크롬 탭이 20개, 30개씩 쌓이는 건 예삿일이다. 어느 순간 마우스 커서가 버벅이고 팬 소음이 커지면, ‘아, 또 시작이네’ 싶다. 사실 크롬은 익숙하다. 내 모든 인생의 데이터가 거기 들어있으니까. 하지만 그 무거운 램 점유율을 견디다 못해 결국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요즘 엣지가 예전의 그 익숙한 쓰레기(?)가 아니다’라고들 하길래, 반신반의하며 설치 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같은 크로미움 기반이라니까 큰 거부감은 없겠지 싶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그냥 크롬의 테마만 바꾼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안일한 생각은 금세 깨졌다.

64비트라는 장벽, 그리고 첫 번째 헛발질

가장 먼저 겪은 문제는 기술적인 사소함에서 왔다. 사무실에서 쓰는 서브용 구형 노트북에 엣지를 깔려고 시도했는데, 계속 오류가 났다. 알고 보니 엣지는 이제 64비트 운영체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더라. 당연히 요즘 세상에 32비트가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오래된 장비들을 가끔 돌려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다. ‘브라우저 하나 까는데 운영체제 비트까지 따져야 하나?’라는 짜증이 확 밀려왔다. 결국 서브 노트북은 포기하고 메인 PC에만 설치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냥 크롬 계속 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미 다운로드된 설치 파일을 보니 오기가 생겼다. 이 사소한 사양 체크조차 안 하고 덤빈 내 잘못이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구형 기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어 입술을 삐죽거렸다.

즐겨찾기 동기화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두 번째 시련은 ‘데이터 가져오기’ 단계에서 터졌다. 엣지는 친절하게도 크롬의 북마크, 비밀번호, 설정까지 다 가져와 준다고 꼬셨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마법처럼 내 작업 환경이 옮겨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가져오기가 끝나고 확인해보니 즐겨찾기 폴더 구조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원래 크롬에서 쓰던 ‘중요’, ‘나중에 볼 것’, ‘업무 참고’ 폴더들이 엣지의 기본 ‘즐겨찾기 모음’과 겹치면서 중복 폴더가 생기고, 어떤 링크는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걸 정리해보겠다고 수동으로 폴더를 옮기다가 실수로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 폴더를 삭제해버렸다. 다행히 동기화 전이라 크롬에서 다시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30분 넘게 시간을 허비했다. ‘아니, 편하자고 하는 짓인데 왜 내가 노가다를 하고 있지?’라는 현타가 세게 왔다. 결국 모든 걸 초기화하고, 정말 필요한 폴더 몇 개만 내보내기 파일로 수동으로 옮겼다. 자동화 기능을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 역시 기계는 100%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만 뼈저리게 새겼다. 이 부분은 그냥 크롬을 계속 썼더라면 겪지 않았을 감정 소모였다.

묘하게 중독적인 ‘소리 내어 읽기’와 인터페이스의 유혹

우여곡절 끝에 세팅을 마치고 나니, 이제야 엣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는 확실히 깔끔하다. 크롬보다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이랄까? 특히 재미있었던 건 ‘소리 내어 읽기’ 기능이었다. 처음엔 ‘누가 웹페이지를 소리 내서 들어?’라고 생각하며 비웃었지만, 긴 기술 문서를 읽어야 할 때 이 기능을 켜두고 커피를 마시니까 묘하게 편했다. 기계음이긴 한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속도 조절도 돼서 딴짓하면서 정보 파악하기엔 딱이었다.

그리고 우측의 사이드바 기능도 처음엔 화면만 좁아지게 왜 만들었나 싶었는데, 계산기나 단위 변환기를 바로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이 의외로 작업 동선을 줄여줬다. 크롬에서는 새 탭을 열어서 ‘계산기’를 검색해야 했던 일들을 그냥 옆에서 슥 꺼내면 되니까. 이런 소소한 편리함들이 앞서 겪었던 짜증들을 조금씩 상쇄해줬다. ‘어라, 이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물론 이 기능들이 내 업무 생산성을 드라마틱하게 올려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불쾌함’을 ‘흥미’로 바꿔놓기엔 충분했다.

크롬 웹 스토어를 떠나지 못하는 반쪽짜리 독립

하지만 결정적인 불편함은 확장 프로그램에서 나타났다. 엣지 자체 스토어에도 웬만한 건 다 있다지만, 내가 크롬에서 애용하던 몇몇 마이너한 개발 도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엣지에서 크롬 웹 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안도했지만, 막상 설치해보니 호환성 문제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어떤 프로그램은 아이콘이 제대로 안 나타나고, 어떤 건 설정값이 저장되지 않았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받은 것’과 ‘구글 웹 스토어에서 억지로 가져온 것’들이 뒤섞인 괴상한 혼종 브라우저가 되어버렸다. 이건 마치 아이폰을 쓰면서 안드로이드 앱을 억지로 구동시키는 느낌이었다. 사용은 가능한데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늘 따라다닌다. ‘이러다가 중요한 순간에 확 죽어버리는 거 아냐?’ 하는 걱정 말이다. 크롬은 그냥 설치하면 끝이었던 것들이, 여기서는 ‘허용’ 버튼을 누르고 호환성을 체크해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편리함을 위해 옮겨왔는데, 어떤 면에서는 관리 포인트가 늘어난 것 같아 씁쓸했다.

완벽한 해결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며칠간 엣지를 메인으로 사용해본 결과, 확실히 램 사용량은 크롬보다 적다. 노트북 팬이 도는 빈도가 줄어든 걸 체감하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엣지가 크롬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망설여진다. 주소창에 검색할 때마다 자꾸 빙(Bing)으로 유도하려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끈질긴 집착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가끔씩 나타나는 윈도우 기본 앱 특유의 무거움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지금 엣지와 크롬을 동시에 띄워놓고 쓴다. 무거운 리서치는 엣지에서 하고, 중요한 확장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작업은 다시 크롬으로 돌아간다. 브라우저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려던 나의 원대한 계획은 결국 ‘두 집 살림’이라는 더 번거로운 결말을 맞이했다. 그래도 뭐, 예전처럼 컴퓨터가 멈춰버리는 일은 줄었으니 일단은 이대로 지내볼 생각이다. 물론 내일 당장 엣지가 업데이트되면서 내 설정을 또 날려 먹는다면, 다시 크롬으로 도망갈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정착이라기보다는 잠시 머무르는 정거장 같은 느낌, 그게 지금 내가 느끼는 엣지와의 애매한 거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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