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드라이브 빨간 불의 공포, 그리고 SpaceSniffer로 며칠간 씨름한 기록

1. 한계에 도달한 C드라이브, 그리고 첫 번째 헛발질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컴퓨터를 켰는데 오른쪽 하단에 불길한 알림이 떴다. ‘디스크 공간 부족’. 설마 하고 내 컴퓨터를 열어보니 C드라이브 막대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여유 공간 500MB. 이 정도면 윈도우 업데이트는커녕 웹 브라우저 캐시조차 제대로 저장하지 못할 수준이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분명 며칠 전에도 용량이 없어서 안 쓰는 프로그램 몇 개를 지웠던 것 같은데, 대체 뭐가 이 소중한 용량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썼다. 파일 탐색기를 열고 ‘내 PC’에서 용량이 큰 폴더를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윈도우 기본 기능인 ‘디스크 정리’도 돌려봤다. 그런데 이게 참 허무한 게, 디스크 정리가 열심히 계산하더니 고작 120MB를 비울 수 있다고 알려주더라. 장난하나.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최소 몇십 기가바이트였다. 결국 수동으로 잡겠다고 마음먹고 ‘AppData’ 폴더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첫 번째 실패를 맛봤다. 수만 개의 자잘한 폴더들 사이에서 뭐가 중요한 시스템 파일이고 뭐가 지워도 되는 찌꺼기인지 구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 시간 동안 폴더 속성만 누르다가 지쳐서 포기했다. 눈만 아프고 얻은 건 없었다.

2. SpaceSniffer와의 만남, 그리고 또 한 번의 당혹감

무작정 뒤지는 건 답이 없겠다 싶어 구글링을 시작했다. ‘디스크 용량 시각화’라고 검색하니 몇몇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그중 SpaceSniffer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설치가 필요 없는 포터블 방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용량이 부족해 죽겠는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으니까. USB에 넣어 다니면서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바로 실행 파일을 내려받아 실행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프로그램을 켜자마자 C드라이브 스캔을 눌렀는데, 분명 윈도우 탐색기에서 보던 용량 수치와 SpaceSniffer가 보여주는 전체 용량이 맞지 않았다. ‘어? 왜 이게 더 적게 나오지?’ 알고 보니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관리자 권한이 없으니 시스템이 보호하는 중요 폴더나 다른 사용자 계정의 파일들을 스캔하지 못하고 그냥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결국 스캔을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껐다가 다시 오른쪽 클릭해서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을 눌렀다. 별거 아닌 일 같지만, 이미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이런 사소한 막힘도 꽤나 스트레스였다. 다시 스캔이 시작되자 초록색 사각형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며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3. 네모의 꿈, Treemap이 주는 묘한 쾌감

스캔이 진행되는 모습은 꽤 볼만했다. 단순한 리스트가 아니라, 파일이나 폴더의 크기에 비례해서 사각형 조각들이 배치되는 ‘Treemap’ 구조였다. Ben Shneiderman 교수라는 분이 고안한 방식이라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직관적이었다. 큰 사각형은 큰 파일, 작은 사각형은 작은 파일. 굳이 숫자를 읽지 않아도 어디가 범인인지 한눈에 보였다. 특히 스캔 중에도 화면이 계속 움직이면서 구조를 잡아가는 과정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 같아서 멍하니 쳐다보게 되더라.

화면을 보고 있자니 기괴할 정도로 큰 사각형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게 뭐야?’ 하고 더블 클릭을 하니 마치 웹브라우저에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듯 해당 폴더 안으로 슥 빨려 들어갔다. 확대되는 애니메이션이 꽤 부드러워서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예전에 깔아두고 잊어버린 고사양 게임의 패치 파일들이었다. 분명 게임은 지웠는데, 이 패치 데이터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40GB나 차지하고 있었다. 탐색기로는 절대 못 찾았을 구석진 곳에 박혀 있었는데, SpaceSniffer의 그 커다란 사각형 덕분에 단번에 잡아낼 수 있었다. 윈도우의 오른쪽 클릭 메뉴도 그대로 지원해서, 프로그램 안에서 바로 삭제를 눌렀다. 사각형이 깜빡거리더니 사라지고, 주변의 다른 사각형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며 커지는 모습이 정말 짜릿했다.

4. 필터링의 늪에서 발견한 뜻밖의 결과

하지만 단순히 큰 파일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자잘하지만 수천 개가 모여 기가바이트 단위가 된 녀석들이 문제였다. 여기서 나는 ‘필터’ 기능을 써보기로 했다. 상황은 이랬다. 용량은 여전히 부족한데 큰 덩어리는 다 치운 상태였다. ‘판단’이 필요했다. 내가 주로 쓰는 파일들 중에서 필요 없는 것만 골라낼 방법이 없을까? 나는 상단 필터창에 *.zip을 입력해봤다. 그랬더니 화면이 순식간에 재구성되면서 압축 파일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숨겨졌다.

‘선택’은 과감했다. 압축 파일 중 1년 넘게 건드리지 않은 것들을 골라내기로 했다. 그런데 필터 조건에 >100mb 같은 크기 조건까지 섞어 쓰니 정말 내가 찾던 ‘덩치 크고 오래된’ 파일들이 쏙쏙 골라져 나왔다. ‘실행’에 옮겼다. 태그 기능을 활용해 지워야 할 것들에 빨간색 태그를 붙여두고 한꺼번에 처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짐작만 하던 임시 파일들과 중복 압축 파일들을 10GB 가까이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단순히 도구가 좋은 걸 넘어 내가 어떤 조건으로 파일을 찾아야 할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도구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필터 문법을 몰라서 처음엔 좀 헤맸지만, 한두 번 해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5. 다른 도구들과의 비교, 그리고 여전한 찝찝함

예전에 WinDirStat이라는 프로그램도 써본 적이 있다. 그건 하단에 파일 확장자별로 색깔이 나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는 더 화려할지 모른다. 하지만 SpaceSniffer는 훨씬 동적이다. 실시간으로 파일 시스템의 변화를 감지해서 화면을 갱신해주는 기능은 정말 압권이다. 내가 탐색기에서 파일을 지우면 SpaceSniffer 화면에서도 즉각적으로 그 영역이 반응하며 깜빡인다. 내가 지금 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는 느낌이랄까.

물론 단점도 있다. 사각형들이 너무 많아지면 가끔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화면이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눈이 피로해지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냥 트리 구조의 리스트가 더 보기 편할 때도 분명히 있다. 특히 아주 작은 파일들이 수십만 개 모여 있는 폴더는 SpaceSniffer에서도 그냥 자잘한 점들의 집합처럼 보여서 분석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리고 NTFS의 대체 데이터 스트림(ADS)까지 스캔한다고는 하는데,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 거기까지 신경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기능은 강력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필요한 기능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끝내지 못한 정리, 그리고 남은 고민들

결국 C드라이브의 빨간 불은 껐다. 60GB 정도의 여유 공간을 확보했으니 당분간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은 아니다. SpaceSniffer로도 끝내 정체를 밝히지 못한 영역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Unknown’이나 시스템이 꽉 쥐고 있는 몇몇 거대 영역들은 여전히 화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걸 강제로 지웠다가는 윈도우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결국 손대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도구 하나로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SpaceSniffer는 어디까지나 ‘내 컴퓨터에 이런 게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친절한 지도일 뿐, 결국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는 나의 선택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 시각적인 정보가 오히려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도 나중에 쓸 것 같은데?’ 하는 미련이 사각형의 크기로 형상화되어 눈앞에 나타나니까. 결국 정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뻔한 결론에 도달하며, 오늘도 여전히 찝찝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래도 뭐, 당장 컴퓨터가 멈추지는 않을 테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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